치매와 의사결정지원- 미국의 의사결정지원법(Supported Decision- making Law)의 검토를 중심으로 -

Abstract

현재 우리나라의 성년후견제도는 후견 개시와 함께 의사결정과정에서 피후견인을 배제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현재의 대행적 의사결정지원은 잔존능력이 남아있고 본인의 선호와 소망이 분명한 경도의 치매환자의 경우에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 고령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치매환자의 증가로 치매환자에 대한 서비스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증가하는 현 상황에서 관련 제도는 대부분 치매환자를 돌봄의 대상 또는 서비스의 대상으로 보는 측면이 강하고 본인 신상과 관련된 결정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체계는 부족하다. 이 논문에서는 민법상 후견제도를 비롯한 국내의 법제도가 치매환자의 의사결정 지원을 위하여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 검토하고 미국의 의사결정지원법의 동향을 살펴보았다. 미국 의사결정지원법의 공통적 내용으로서, 의사결정지원제도는 법원의 개입을 요하지 않고 일정한 형식을 갖춘 의사결정지원 합의서(agreement)를 통하여 필요한 사안에서만 특정인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최근 후견제도의 대체방안으로서 수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 제도는 특정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지원, 당사자 합의를 통한 지원사항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우리 후견제도의 특정후견제도 및 후견계약제도와 유사한 측면이 있으나 후견제도의 절차적 복잡성을 없애고 잔존 의사결정능력을 존중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된다. 치매는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한편 현대 의학에서 완치가 어려운 비가역적 질병이다. 치매환자는 발달장애인 등 여타의 의사결정능력장애인과 달리 완전한 의사결정능력을 가지고 스스로 결정하는 삶을 살아온 경험이 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치매환자가 거치는 의사결정능력이 서서히 쇠퇴하는 과정에서 그를 지원하는 방법에 대한 특별한 고려가 요구된다. 치매환자의 경우 후견 개시됨과 동시에 의사결정과정에서 피후견인이 소외될 수 있어 환자 스스로 지원체계의 이용을 기피하게 될 문제점도 있는바, 미국 의사결정지원법의 내용으로부터 우리 후견법의 개정을 모색하기 위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