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효온의 유람일기 연구 - ｢유금강산기｣, ｢지리산일과｣, ｢송경록｣을 중심으로

Abstract

남효온은 15세기 성리학자로 시인이자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가진 지식인이며, 불교와 노장에 대한 이해가 깊었던 인물이다. 1478년 24세의 나이에 성종에게 올린 상소문이 문제가 되어 정치적으로 좌절하게 되었고, 여러 지역을 유람하며 자신의 체험과 견문을 기록하였다. 일기체 형식의 기록으로 ｢유금강산기｣(1485), ｢송경록｣(1485), ｢지리산일과｣(1487)가 있다. 이 기록은 자신의 체험만 아니라 승려에게 들은 이야기, 사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기록 등을 정리한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일기체 유람록 3편에 기록된 인물(승려), 명승, 풍류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았다. 남효온의 유람 일기에 기록된 인물들은 대부분은 승려였는데, 그들 중에서 ‘재물’을 추구하는 승려에 대해서는 비판하였다. 이러한 비판의 근저에는 기근이 지속되는 상황하에 재물을 탐하는 승려의 사회적 병폐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남효온이 금강산과 지리산을 유람하던 15세기에는 노정이 개척되지 않은 지역이 많았기 때문에 길잡이의 도움을 구해야만 했다. 이들의 도움으로 유산(遊山)하던 남효온은 유람지에 전하는 설화에 대한 판단, 자신이 관찰한 명승 등을 정확하게 기록하고자 했다. 그가 듣고 보는 이야기는 특정 지역에 불교가 전파되는 과정을 설화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그 이야기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를 고증하고자 했고, 역사적으로 공인된 사실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자 했다. 다양한 명승을 기록하는 방법으로 그는 자신의 스승이자 앞서 유람록을 기록한 김종직의 서술 방식을 차용하고, 외면보다는 본질을 파악하고자 했다. 이러한 유람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가능했다. 그는 개경을 방문하여 고려의 역사와 풍속 등을 관찰하였고, 자하동 등에서 고려 시대부터 전해지는 이야기와 음악을 향유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