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쉐(殘雪)의 『오향거리(五香街)』에 나타난 공간의 양가성

Abstract

문학작품 속에서 공간은 이야기를 구성하는 요소일 뿐만 아니라, 인물, 사건과 상호작용하면서 작가의 사유를 드러내는 틀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인물 간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과 충돌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이 담겨있다. 찬쉐의 첫 장편소설 『오향거리(五香街)』는 인물과 공간이 맺는 양상에 대한 천착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인 오향거리는 다양한 생각의 개진과 카니발의 환락이 일어나는 개방적이면서도, X여사에 대한 관찰과 감시가 벌어지는 폐쇄적인 공간이다. 이는 생경하고 이질적인 것에 대한 생득적 거부가 진행되는 한편 이질적인 존재가 풍기는 강한 유혹에 굴복하기도 하는 양가적 성격으로 귀결된다. 『오향거리』는 한 공간이 가진 개방성과 폐쇄성의 다른 모습을 통해 한 가지 의미로만 헤아릴 수 없는 공간의 다면성을 포착하면서 인물과 사건의 입체성을 부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