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후기 비평과 고백의 형식

Abstract

본고는 김현의 유고집 『말들의 풍경』을 푸코 이론 수용과의 연관 하에 살피고 1980년 이후 김현 비평에서 발견되는 특징과 함의 탐색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는 김현의 푸코 연구를 통해 부각되었던 ‘고백의 형식’에 주목하고 이것이 ‘80년 광주’에서 촉발된 폭력의 문제와 문학적 저항의 방법 모색이라는 문제에 대한 ‘문학적’ 해결방법으로 제시되었다는 점을 규명하려 하였다. 2장에서는 『말들의 풍경』의 두드러진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았다. 『말들의 풍경』에서는 인간을 본질이 없는 하찮은 존재로 보는 인간관,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반성, 역사의 진보에 대한 회의가 두드러지는데 왜 이런 주제들이 부각되는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이어지는 3장에서 김현의 푸코 연구를 통해 이를 해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3장은 김현의 푸코 연구서인 『시칠리아의 암소』에 나타난 푸코 수용 상의 특이점들을 조명하였다. 김현은 푸코 이론에서 전복적 전위주의, 사유의 사유, 역사의 불연속성, 권력-언어의 연계성 개념에 주목한다. 문학은 이성과 체제에 의해 억눌린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데 권력-체제에 대한 저항은 비억압적이고 반획일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고백의 형식은 이것을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 등장한다. 4장에서는 김현이 평생에 걸쳐 옹호해온 문학적 입장이 고백의 형식에 응축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문학에서는 이념이나 정파에 의한 외적 강제가 아니라 내적 강제를 토대로 ‘말해야 하는 것’이 드러내야 하고 이러한 드러냄은 기존 사회에 대한 부정과 더 나은 세계에 대한 희망을 내장하고 있어야 한다. 고백은 그런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문학적 형식으로 제시된다. 1970년대 중반 정립된 김현의 문학론이 문학은 억압하지 않으면서 억압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는 명제에 기초한다고 할 때 고백의 형식은 이 명제에 대한 재조정을 요청한다. 문학적 고백은 강제적이지는 않지만 자발적이지도 않은 영역에 속하는 담론 형식이다. 고백은 이성·체제에 의해 억압된 내적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내면적 강제에서 비롯되고 이 강제는 지켜야 할 원칙과 해야 할 일을 주체에게 환기한다는 점에서 억압적 사회에 대한 부정과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지향을 함축한다. 고백을 추동한 내적 강제가 체제나 이념의 논리가 아니라 부끄러움이나 개인의 결단에 기초해 있다는 점에서 김현의 평론은 철저히 개인에 입각한 비평이고 마지막까지 문학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 했다는 점에서 실천에 대한 사회적 요구 속에서도 문학 고유의 가치를 옹호한 비평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