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프랑스민법상 일방예약(la promesse unilatérale) ― 일방예약 위반의 제재를 중심으로 ―

Abstract

오늘날 거래관계에서 계약교섭과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예약을 위반하여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에 가능한 제재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약 당사자의 신뢰는 교섭단계에서 형성되는 통상의 신뢰에 비해 훨씬 확고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약자의 철회에도 불구하고 본계약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가는 오랫동안 프랑스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소위 ‘크뤼즈 판결’을 비롯하여 프랑스 파기원은 예약 위반시 본계약의 강제 체결은 불가능하고 손해배상만이 가능하다고 하였으나, 다수의 학자들은 이에 반대하였다. 그리고 2016년 개정된 프랑스민법은 파기원의 태도와 반대되는 입장을 취하여, 일방예약의 위반에 대해 계약의 강제체결이라는 제재를 도입하였다. 이는 일방예약에 청약보다 강력한 구속력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개정 프랑스민법이 일방예약에 관한 제1124조를 통해 크뤼즈 판결과 정반대의 해법을 제시하여 기존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교섭단계에서 예약이 갖는 지위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파기원이 취하던 기존의 태도는 예약상대방의 불확실한 지위를 더 취약하게 하였다고 평가되나, 개정 프랑스민법은 청약에 비하여 예약의 안정성을 더욱 강화했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 민법상 예약의 법적 성질과 그 제재(sanction)의 내용을 검토하는 것은 우리법에서의 예약의 내용 및 그 위반에 대한 판례를 분석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