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의 성경인용 시에 나타난 신앙적 성찰과 시적 형상화

Abstract

박목월은 일제 강점기에 청록파 시인의 한 사람으로 등단하여 1970년대 후반 타계하기까지 다양한 시적 변모를 보여준 이 땅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의 생애 종반에 이르러서는 기독교 성경을 수용하는 시편들을 적지 않게 남겨 기독교 신앙으로 시세계를 마무리하였다. 본고는 전통 서정시인의 기독교 성경 인용의 어휘적, 내용적 양상과 시적 형상화의 특성을 살펴 박목월 시인의 성경 인용상의 시적 독자성을 파악하고자 한다. 먼저 시어적 측면에서는, ‘성경(책)’이라는 단어 자체와 성경의 장절(章節) 명칭을 사용한 경우와, 성경 특유의 어휘들(인명, 지명, 사물 등)과 관용어구의 인용 양상을 살폈다. 그리고 구절이나 문장 차원의 인용양상은 장을 달리하여 내용적 측면에서 검토하였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성경의 구절을 변형 없이 그대로 시적 표현으로 인용한 경우와, 성경을 인용하면서 신앙적 해석과 성찰을 드러내거나 주관에 의해 변형하여 서정적으로 내면화한 경우로 나누어 고찰하였다. 성경 인용에 있어서 박목월 시인 특유의 시적 성과는, 인용한 성경 구절과의 병치적 구성을 통하여 성경을 내면화하기도 하고, 성경의 소재나 배경을 인용하여 새로운 서정성을 확보한, 기법적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이같은 성과는 다른 기독교 시인의 성경 인용이나 인유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박목월 시의 서정성의 결과이며 그만의 시적 성과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