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정신의학의 관점에서 본 최한기의 감평이론

Abstract

본고는 최한기의 저서 『인정(人政)』 중 ｢감평문｣을 근대 정신의학적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당시의 서양의학과 비교분석했다. 감평(鑑枰)은 사람을 파악하는 측인, 인재를 가르치는 교인, 인재를 고르는 선인, 인재를 쓰는 용인의 네 가지 문으로 구성된다. 측인은 기품, 심덕, 체용, 문견, 처지의 세부 요소를 통해 사람을 파악하는 방법을 논한다. 기품의 강약과 청탁, 심덕의 성위와 순박, 체용의 후박과 추미, 문견의 주비와 아속, 처지의 귀천과 빈부를 기준으로 사람을 파악하여, 이들 요소의 경중을 10분으로 나누어 각 항목을 수량화한다. 이처럼 성품을 수량화하는 방식은 근대 서양 정신의학에서 태동했던 분류법과 유사하다. 성리학의 심성론이나 불교의 심층심리학적 분류법이 주관적인 형이상학적 분류법이라면, 감평론은 경험과 관찰에 따른 객관적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근대정신의학의 진단법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최한기는 나아가 신분에 따른 관습적분류가 아닌 개인의 외적 조건과 내적인 성품으로 인품을 파악하고 등용할 것을 역설했다. 이는 최한기의 진보성과 실용적인 방안을 구체적으로가늠해 볼 수 있는 단초가 된다. 일반적으로 사상의학은 체형과 성격 질병의 차이를 주로 다루었고, 서양정신의학은 증상과 질병 위주로 인간심리를 분류해 온 것으로 본다. 이에 비해 최한기의 감평문은 전인적으로성품 전체를 파악하려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융 심리학의 전체정신, 즉 자기(Self)의 추구와 맞닿는다. 인간성격을 분류하고 수량화한 감평론은 19 세기 서양의 성격유형론과 정신병리학의 발아와 유사점을 보인다. 최한기가 제시한 유형론의 통합적 분석 모델은 서양의 정신 병리학이나 성격이론과는 목적이나 대상 방법이 다르지만 근대 정신의학과 심리학분야의방법론에도 매우 유의미한 단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