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 華人을 소환한 홍-중 합작 영화에 대한 일고찰- 영화 〈8인: 최후의 결사단〉을 중심으로

Abstract

이 글은 홍콩 반환 후 중국 영화계와의 합작을 통해 홍콩 영화의 부활을 꾀하려 했던 <8인: 최후의 결사단>이라는 영화의 장르성과 중심 서사에 대해 고찰한 것이다. <8인: 최후의 결사단>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스스로 결사단의 길을 택한 홍콩의 凡人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華人의 단결’이라는 현대 중국의 정치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서사를 내포하며 홍콩 느와르의 외피 아래 무술 시퀀스를 접합시킴으로써 대중들로 하여금 무협이라는 중국적 전통을 떠올리게 했다. 이와 같은 영화의 면면은 현대 ‘하나된 중국’이라는 중국의 상상과 맞닿아 있으며 과거 역사의 재현을 통해 현재에 필요한 역사적 기억을 주조해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물론 문화 텍스트는 국가와 시장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국가 권력과 시장 자본은 대중문화 텍스트를 통해 대중의 의식과 담론을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려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 하 문화를 이용한 국가 중심 이데올로기 형성과 강화에 힘써왔고, 개혁․개방 이후의 시장은 문화 텍스트 형성에 있어 이전과는 또 다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그러나 반대로 문화 텍스트가 국가의 중심 정치성과 시장성을 의식하며 그에 부합하는 서사와 형식을 스스로 구축함으로써 주류 문화 영역 안으로 진입하고 상업적 성공 또한 보장받으려 하는 현상 또한 늘고 있다. <8인: 최후의 결사단>은 후자의 경우에 가까운 홍콩 영화로서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홍콩 문화의 침체기로부터 벗어나고 세계 영화로 나아가려는 욕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중국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영화는 적극적으로 중국의 요구에 부합하는 주제를 취하게 되며 홍콩 느와르 장르에 정통 무협이라는 중국적 전통을 이식한다. 그러나 텍스트가 소환한 역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찰이 부재된 채 주류 권력의 정치적 욕망에 부합하고 시장성 또한 획득하려 한 이 영화는 결과적으로 영화적 문법에서 기이하게 벗어나며 예술적 가치를 잃게 되었다. 더불어 영화의 서사 또한 시대에 관한 대중들의 다층적 성찰 과정으로의 몰입을 방해하고 소통되지 못하는 과거를 선사하는 것에서 그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