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한 기다림에 구현된 반근대성 고찰 - 카프카의 「법 앞에서」와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중심으로

Abstract

본고는 위의 두 작품에 나타나는 기다림을 비교분석함으로써 그 기저에 공통적으로 반(反)근대성이 자리 잡고 있음을 고찰하고자 한다. 카프카의 「법 앞에서」에 형상화된 기다림을 반근대성과 관련시켜 다룬 연구는 드물다. 「법 앞에서」에 관한 그동안의 연구경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제시한 슈미트의 연구서를 보아도 이와 같은 사실은 확인된다.(Vgl. Schmidt 2007) 이는 국내연구작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국내에서는 「법 앞에서」에 관한 연구 자체가 양적으로 그리 많지 않고, 더구나 기다림과 반근대성을 연결시켜 다룬 연구는 아직 없다. 이와 달리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기다림에 관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상당수 이루어졌다. 그러나 「법 앞에서」와 『고도를 기다리며』가 부조리한 기다림이라는 측면에서 본질적 근접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맥락에서 두 작품을 비교고찰한 연구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카프카와 베케트의 작품을 기다림이라는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논문으로는 이정린의 「‘전언과 기다림’의 실존적 모티브. 카프카의 ‘만리장성 축조’와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을 들 수 있으나 그 주된 맥락은 실존주의이다. 이를 통해 두 작품을 각인하고 있는 부조리한 기다림은 근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될 것이다. 본고의 고찰은 크게 인물과 시간을 중심으로 하여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부분에서는 기다림의 주체인 작중인물들이 서구 근대의 발전에 추동력을 더한 인간상에 반하는 성격을 담지하고 있음을 살펴본다. 여기서는 기독교의 구원관과 관련시켜 서구 근대 자본주의의 발전에 대하여 성찰한 막스 베버의 주장이 이른바 근대인과 작중인물들 사이의 차이를 드러내는 근거가 될 것이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기다림의 시간이 다루어진다. 두 작품 속 기다림에 내포된 부조리성이 겉으로 보이는 흐르는 시간과 그 이면에 실상 흐르지 않는 시간의 충돌에 기인함을 밝히고, 이 충돌로 인해 근대적 시간성이 관철되지 못함을 드러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