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화 시대의 주택체제 변동의 네 가지 경로: 국제 비교 관점에서 본 한국 주택불평등 구조의 특성

Abstract

이 논문은 지구적 금융자본주의하에서 주택의 상품화, 자산화, 금융화가 확대되고 있는 일반적 추세 속에서 선진자본주의 사회들의 주택체제가 변화해 온 다양한 경로를 비교 분석하고, 이를 통해 한국 주택체제의 불평등 구조 안에서 지구적 보편성과 일국적 특수성이 어떤 방식으로 결합되고 있는지를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이 논문은 주택체제의 여러 차원들 가운데 특히 주택점유형태의 거시적 분포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주택의 (재)상품화와 자가보유 확대라는 일반적 경향 속에서 지난 수십 년 간 각국의 자가보유, 민간임대, 공공임대의 분포와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 왔는지를 비교 분석한다. 이 논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택금융체제의 확대와 자유화에 따라 자가보유 계층의 양적 확대 경향이 보편적으로 관찰되지만, 자가보유, 민간임대, 공공임대를 포함하는 거시적 주택체제가 변화 혹은 공고화되어 온 경로는 몇 가지 상이한 유형으로 뚜렷이 구분된다. 자가보유 중심 사회로의 급진적 변화, 자가보유와 공공임대의 동시 확대, 민간임대가 사회적 기능을 하는 자가-민간임대 이중구조, 사회적 보호가 매우 취약한 자가-민간임대 이중구조라는 네 가지 유형이다. 둘째, 한국에서 2000년대의 주택금융 확대와 주택가격 폭등은 신자유주의적 주택 사유화 경향을 보여주지만, 자가부문과 민간임대를 양대 기둥으로 하는 주택점유구조는 자가보유자 중심의 자유주의적 자산기반 복지 체제와 분명히 구분된다. 한국 주택체제의 특성은 자가 부문의 규모가 제한적이고 높은 주택가격으로 인해 진입장벽이 매우 높으며, 광범위한 민간임대 부문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보호가 이뤄지지 않은 채 사적 임대차 관계에 방치되어 있다는 데 있다. 한국의 주택불평등 구조는 한편에 자산가치를 갖는 자기 집을 보유하고 있는 계층이, 다른 한편에 사적 임대차 관계에 종속된 채 자가 부문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계층이 있는, 경직된 분절구조를 특징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