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시대의 영웅, 부르주아의 형상과 윤리 -2000년대 자기계발서와 최인호의 상도 를 중심으로

Abstract

본고는 2000년대 대중의 감정 구조를 베스트셀러와 대중서사물에서 표상된 ‘인간형’을 통해 살펴보고, 신자유주의 시대 대표적인 ‘영웅’ 형상인 부르주아 윤리에 대해 고찰했다. 2000년대 베스트셀러 목록을 차지하는 다수의 재테크 판타지와 자기계발서는 돈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과 가치관의 변화, 경제주체로의 변모라는 대중의 감정구조를 보여준다. 호모에코노미쿠스의 대중적 판타지는 ‘속물과 동물’ ‘생존자’에 머물지 않고 ‘영웅’으로서의 기업가와 부자의 형상을 탄생시킨다. 이들은 김우중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와 이명박의 신화는 없다 와 같은 재벌 기업가 에세이 및 자서전을 통해 화려하게 등장하고 대중의 인기를 얻는다. 이 책들에 의해 기업가는 꿈과 야망, 불굴의 의지와 사명감으로 세상 혹은 운명에 맞서 싸워나가 공동체를 구한다는 지도자와 국가 영웅의 이미지로 거듭난다. 이들 신화는 재벌-국가 동맹의 자본주의, 독점 자본주의, 노동착취, 여성차별 등의 곤혹스러운 현실을 삭제하고 있으나, 이 문제적 지점과 무관하게 과거 통치자, 장군, 학자, 혁명가 그리고 식민시대의 독립투사, 계몽운동가 등의 위인의 목록에 이어 ‘자본가’를 근대적 영웅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성공한다. 조선의 인삼무역왕 임상옥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는 최인호의 상도 는 2000년대 전후의 대중의 욕망을 재빠르게 읽어내어 새로운 유형의 영웅서사를 탄생시킨다. 이 소설에서 임상옥은 평민이라는 신분적 한계를 극복하고 부자와 군수가 되는 특출한 개인으로, 그의 무역활동은 마치 난세의 영웅 활약상처럼 그려진다. 상도 를 통해 작가 최인호가 제시한 ‘경제의 신철학’이란 가포 임상옥이 남겼다는 “재상평여수(財上平如水) 인중직사형(人中直似衡)”으로 요약된다. ‘재의 자유로운 흐름과 올바른 상도’를 의미하는 이 경제 신철학은 곧 한국식 자본주의 정신으로 확대 해석할 수 있다. 재(財)의 자유로운 흐름은 곧 근대민주주의 평등 사상을, ‘사람 사이의 저울과 같은 바름’은 전통적인 유교 윤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둘의 결합을 뜻하는 ‘상도’는 비록 그 현실성이라는 한계가 있으나 한국식 자본주의의 정신을 제시하고 부자의 윤리의 필요성을 대중들에게 설파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