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 시 연구

Abstract

본고는 전후 모더니즘의 대표적 시인인 조향의 시를 기법적 측면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조향이 보여준 형식 실험은 1950년대 모더니즘의 미학적 경향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는 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우선 현대문명의 핵을 시각성에 두고 영상적 기법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고자 하였다. 그의 시에서 화자는 카메라의 눈의 역할을 하는데 이는 단순히 시각적인 이미지만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의 사회현실에 대해 거리를 두고 세계를 관찰하는 자로서 위치하려는 화자의 욕망과 관련된다. 또한 그의 형식 실험은 비선형적 글쓰기의 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데뻬이즈망 기법이나 형태주의 시 등은 무의식을 시화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론으로 기능하는 한편, 의식세계의 선형성을 깬다는 점에서 문자성을 초월하는 현대적 기획이다. 마지막으로 청각론 논의를 통해 그는 매체의 차원에서 현대성을 고민하고 음향시라는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여 시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자 하였다. 그의 이러한 작업들은 현대성을 시의 형식면에서 개진한 선취적 논의로서 새롭게 읽힐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