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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서정을 믿느냐

Authors
이재복
Issue Date
Aug-2007
Publisher
현대시학회
Citation
현대시학
Journal Title
현대시학
URI
https://scholarworks.bwise.kr/erica/handle/2021.sw.erica/43495
ISSN
1975-5597
Abstract
미래파 논쟁에 참여한 담론 주체들의 서정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많은 부분 공감한다. 우리 시사의 신성한 금기의 영역으로 존재하면서 그 개념과 논리에 대해 이렇다할만한 문제 제기조차 없었던 서정 혹은 서정성에 대해 다양한 담론적인 실천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서정적 주체의 발본적인 존재 방식을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은 그 논리의 타당성이나 사유의 심화 정도를 떠나서 매너리즘과 패배주의에 빠져 있는 우리 시단에 적지 않은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준 것이 사실이다. 미래파의 시가 우리 시의 미래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 논쟁의 이면에는 미래의 우리 시에 대한 기득권을 점하려는 음험한 정치적인 논리가 깔려 있다. 우리 시의 미래는 어떤 것도 될 수 있고, 또 어떤 것도 될 수 없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적인 논리가 아니라 시적 논리이기 때문이다. 미래파 논쟁을 놓고 보면 우리 시의 미래는 서정 혹은 서정성에 대한 담론 투쟁의 역사 속에서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이 논의가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것은 서정이 진화하거나 진보하지 않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서정은 그것이 인간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개념이기 때문에 과거나 현재나 미래에도 크게 달라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서정은 어느 정도 순환되고 반복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정의 절대성을 강조하는 것은 순수미학의 산물이자 엘리트적인 고급미학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서정적 화자의 내파를 통한 서정의 갱신은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한 우울한 모던 보이의 자의식으로 읽을 수도 있다. 내파가 ‘부정이나 해체가 아니’라고 모던 보이는 항변하고 있지만 그가 보여준 시적 사유는 해체의 논리에 다름 아니다. 그가 앓고 있는 딜레마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사이, 즉 창조와 모방, 깊이(심층)와 표면(표층), 주체와 타자, 총체성과 파편성, 동일성과 비동일성 사이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서정은 소멸할 수 없다. 그것은 끊임없이 반복, 재생산될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반복과 재생산 속에서 차이를 인식할 수 있는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서정 혹은 서정성에 대한 지금 여기에서의 논의 역시 이러한 역설과 모순에 대한 인식과 그것을 통한 갱신의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서정 역시 현실과의 불화 속에서 생성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현실과의 불화를 서정의 논리 속에서 충돌하고 겹치게 하여 새로운 세계를 생성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과의 불화 속에서 일정한 미적 성취를 이루는 길은 서정적 주체를 자살하게 하여 그 서정의 순도를 극대화하는 것도 좋은 방식이다. 서정적 주체의 자살이 서정시를 거부하는 현실의 폭압에 저항하는 가장 강력한 방편이 된다는 역설의 논리야말로 지금 여기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시적 실천인지도 모른다. 현실과의 불화 속에서 서정적 주체로 하여금 자살을 감행하게 함으로써 죽음으로써 사는 역설적인 상황을 예각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처럼 서정적 주체의 자살은 서정의 순도를 높여 준다. 하지만 서정적 순도를 높이는 또 하나의 방식은 비순도의 순도라는 중층적인 미학에 대한 탐색이다. 자살의 방식은 순도 높은 시적 실천이지만 지금 여기의 현실은 그 자살의 진정성마저도 외면하거나 의심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서정에 대한 ‘믿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서정적 화자의 권위의 회복이라든가 서정 혹은 서정성에 대한 신성성 및 숭고성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왜곡되게 받아들이거나 무조건적인 부정, 다시 말하면 부정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의미로서의 ‘믿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 믿음이 하나의 고도를 이룰 때 비로소 서정의 순도 또한 결정될 것이다. ‘너희가 서정을 믿느냐’, ‘믿음이 곧 너희를 구원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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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Jae bok
ERICA 글로벌문화통상대학 (ERICA 글로벌문화통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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