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쓰기의 운동성 측면에서 본 한글 바탕체의 형태적 원류

Abstract

이 연구는 글자쓰기의 운동성 측면에서 바탕체의 뿌리가 되는 한글 붓글씨체를 분명히 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바탕체는 본문용 활자에 주로 쓰이며 오랫동안 정착해왔고, 그 형태적 원류를 조선시대에 형성된 붓글씨체인 궁체에서 찾는 견해가 많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 경우, 단순히 ‘궁체’ 보다 ‘궁체중에서도 해서체’ 혹은 ‘한글 해서체’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이 표현은 바탕체가 한글 붓글씨체 중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그 의미를 오히려 흐리게 한다. 왜냐하면 궁체와 해서체는 완전히 다른 글자쓰기의 운동성에서 기인한 서체이기 때문이다. 바탕체는 『오륜행실도』, 한성체 4호, 최지혁체 2호 등에서 영향 받아 다듬어진 서체로, 이 서체들에 그 형태적 원류를 두고 있지만, 이들 중에 궁체라고 볼 수있는 서체는 없다. 붓글씨체로 분류한다면 오히려 궁체가 아니라 한자 해서체 필법의 영향을 받은 언해본체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이를 정확히 밝히기 위해 필법을 기준으로 중국의 해서체를 살피고, 언해본체와 궁체를 비교분석했다. 비교는 언해본체는 판본인 『오륜행실도』를, 궁체는 완성형에 가깝다고 평가하는 『옥원중회연』을 대상으로 삼았다. 글자쓰기의 운동성 측면에서 이 두 가지를 분석한 결과 궁체는 궁에서 여성들에 의해 발전한 한글 서체이고, 해서체는 중국의 정제된 서체를 그 형태적 원류로 하며, 한글 해서체는 중국 해서체의 영향을 받은 한글 중 주로 남성에 의해 쓰인 언해본체를 말한다는 것을 사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종합하면, 통상 한글 해서체라는 표현으로 대변되는 언해본체는 궁체와는별개로 한자를 쓰는 필법이 묻어있는 조선시대 남성에 의해 쓰인 형태를 보인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가주로 사용하는 넓은 의미에서 바탕체라 불리며 그 형태적 특징을 공유하는 서체들의 형태적 성질은 한글의 고유한 운동성 보다 한자 쓰기 운동성에 있다고 본다. 이런 이유로 글자쓰기의 운동성 측면에서 살펴본 바탕체의 형태적 원류는 궁체가 아닌, 언해본체에서 기인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