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의 『이광수와 그의 시대』 고찰—‘심정적 세계’와 ‘논리적 세계’를 중심으로

Abstract

필자는 김윤식이 『이광수와 그의 시대』에서 펼친 이광수 해석의 핵심이 ‘심정적 세계(밤의 논리)와 논리적 세계(대낮의 논리)’의 이분법이라고 생각한다. 김윤식은 『이광수와 그의 시대』에서 여러 차례 이광수를 가리켜 ‘동 키호테’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김윤식이 춘원을 ‘동 키호테’라 부르는 핵심적 이유는, 춘원이 ‘심정적 세계’에 속하기 때문이다. ‘심정적 세계’는 ‘논리적 세계’에 대응되는 개념으로서, 비합리적이며 비논리적인 세계를 의미한다. 춘원은 비합리적으로 약자의 처지를 망각했기에, 절망을 직시하고도 어설픈 희망을 얘기했기에, 평생 윤리적 편향성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심정적 세계’에 속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광수와 그의 시대』에서는 친일(파) 역시 ‘심정적 세계’와 ‘논리적 세계’의 이분법을 통해 규정된다. 친일파는 ‘합리적 사고’, ‘논리적 사고’를 하는 ‘근대주의자’로서, ‘논리적 세계’에 속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광수와 그의 시대』에서 춘원 사상과 활동의 핵심에 해당하는 동우회는 근본적으로 ‘심정적 세계’에 속하기에, 춘원은 구조적으로 ‘논리적 세계’를 따르는 친일파가 될 수 없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은 춘원이 동우회 활동을 포기하고, 본격적인 친일 행각을 벌이던 일제 말기는 자연스럽게 춘원이 친일파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일제 말기에는 일본이 더 이상 ‘논리적 세계’에 속하지 않는 국가로 변모하며, 『이광수와 그의 시대』에서도 ‘심정적 세계’와 ‘논리적 세계’의 이분법은 일제 말기에 이르러 거의 사라져 버린다. 이제 춘원은 아무리 ‘친일파’가 되려고 해도 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이광수와 그의 시대』에서 합리적 진보주의적 세계인 ‘논리적 세계’는 서양에서 시작되어, 일본제국주의를 거쳐 미군정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논리적 세계’는 우러름의 대상일 수는 없으며, 주로 춘원의 ‘심정적 세계’가 지닌 한계를 비춰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광수와 그의 시대』에서는 일제로 대표되는 ‘논리적 세계’를 극복하는 또 다른 ‘논리적 세계’가 ‘보이지 않는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은 바로 사회주의라는 또 다른 ‘논리적 세계’이다. 이것은 춘원에게 결여된 변증법적·역사적 유물론에 대한 민감한 인식, 춘원의 계몽주의를 비판할 때면 어김없이 호출되는 ‘반제 반봉건주의자’이자 ‘근대를 근본적으로 악의 개념으로 파악한 혁명가’인 루쉰, 『무정』 비판의 근거로 활용되는 임화의 문학사 인식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광수와 그의 시대』가 비록 1980년대에 연재되었지만,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김윤식이 1970년대에 견지하고 있던 진보적 사상의 총괄에 해당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